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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땅밑에서

윤상-20090707, LG아트센터


년초에 대참사 때문에 기대치는 충분히 조정되어 있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드라마틱한 반전이 될만했다. 물론, 공연 초반의 사운드는 무거웠고 노래에 삽질이 이어졌지만 중반부 이후로는 뭐 완전히 다른 공연이라 싶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정재일이 리드한 사운드는 잘 다듬어졌을 뿐만 하니라 앨범 속의 실험과는 또다른 형태의 실험성을 보여주었다. 후크 송의 시대에 그다지 통할 것 같지 않았고 Invincible과 이사의 실험성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공연에서 재현된 6집의 노래는 은근한 중독성이라는 그만의 매력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무엇보다도 이사의 두 연주곡과 누들로드의 테마가 이어지는 부분은 풍성하면서도 손에 땀이 흐를 정도의 짜릿함을 선사했다. 풍성한 현악 사운드와 함께하는 밴드의 편성 속에는 전형적인 드럼 사운드가 배제되어 있었다. 대신해서 퍼커션과 다양한 국악기 그리고 프로그래밍의 비트가 적시적소에 배치되었고 무엇보다도 정재일의 베이스가 단단하게 곡을 지지했기 때문에 전형적인 드럼비트의 부재를 의식하기 힘들 정도로 사운드가 견고했다. 어쩌면 윤상은 폭력적인 비트-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라는 록앤롤의 특성에서 가장 동떨어진 뮤지션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도 주다스를 카피하면서 음악을 시작했다고 하지만. 기본에서 시작했지만 기본에서 요구되는 정형성에서 자유로와질 수 있음이 윤상이라는 뮤지션이 차별화될 수 있는 재능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라이브에 대한 자기학대적인 농담은 어쩌면 긴장을 푸는 수단일지도. 윤상을 홍대클럽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음악팬들에게도 큰 선물이겠지만 관객들의 호흡을 직접 느끼면서 공연의 맛을 느낀다면 음반의 완벽주의가 공연에서 자신감으로 이어지면서 또 다른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