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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땅밑에서

애니멀 컬렉티브-20110712@브루클린 프로스펙트 파크, 밴드쉘


애니멀 컬렉티브를 과찬하자면 21세기의 핑크 플로이드가 아닐까. 물론,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던 Dark Side 이후의 핑크플로이드를 생각하자면 파급력 및 지향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만 핑크 플로이드가 시작되었던 60년대 영국의 싸이키델릭 씬을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큰 공통점은 20대 및 대학생들의 특이한 취향이 반영된 음악이라는 점. 그리고 철저한 인디였던 애니멀 컬렉티브는 지난 앨범을 통해 코첼라의 중요한 타임슬롯을 채우며 가장 핫한 뮤지션으로 떠올랐다. 핑크 플로이드 역시 Dark Side까지 얼마나 많은 실험들을 해왔는가. 하지만, 핑크플로이드와는 음악적으로 큰 차이가 있었고 앞으로도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핑크플로이드가 음악을 60년대의 음악적 재료를 건축적으로 구축했다면 애니멀 컬렉티브는 장르적이거나 비장르적인 음악적 재료들을 꼴라주했다. 핑크 플로이드가 블루지한 싸이키델릭의 전통을 확장 또는 완성했다면 애니멀 컬렉티브는 브라이언 윌슨의 Smile이 발매되지 못하면서 30년 이상을 미루어온 백인팝의 전통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날 공연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지만 애니멀 컬렉티브는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이루어진 것 같지만 원시적이고 원초적이며 또한 청자의 오감을 즉각적으로 뚫어버리는 팝의 매력이 있다. 홍상수의 영화처럼 아니면 비틀즈와 브라이언 윌슨의 60년대 후반 작업처럼.Panda Bear가 솔로 앨범에 집중하는 사이, 이번 작업은 Avey Tare가 많은 부분 리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사운드는 한명이 리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4명의 작업이 따로 마음대로 노는 것 같고 서로 다른 레이어를 이루지만 이 층이 맞물리는 경계에서 또 다른 쾌락을 제공한다. 무대 장치는 투박하지만 기본적인 도형으로 구축된 사람 또는 마치 디스트릭트9의 외계인 얼굴과 같이 형상화되었고 사람의 인식과 소통을 담당하는 눈과 입 부분에 설치된 스크린의 영상으로 이미지의 모음같은 그들의 음악을 도왔다. 전통적인 록음악에서 기타가 리드하는 사운드와는 달랐지만 자유분방한 드럼에서 서로가 놀면서 새로움을 찾는 것은 잼이란 전통과 크게 달라 보이진 않았다. 그리고 최소한 세번 이상의 하일라이트에서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후진데가 없이 세번의 좋은 장면이 있다면 좋은 영화인 것처럼 이 공연을 좋은 공연이었다. 4곡 정도를 제외하고는 앨범으로 발표되지 않은 새로운 작업으로 공연을 보이는 자신감을 보였고 그 자신감에 걸맞게 곡은 아름답고 부드러운 선율로 만들어졌다. 이들의 다음 앨범은 보다 많은 대중을 만족시킬 것이다. 

이날 공연은 브루클린의 문화사업을 지원하는 BRIC이 추진한 작은 페스티벌이었다. 지역구의 지원으로 30$ 정도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만명 정도되는 적지 않은 인원이 공간을 채웠다. 브루클린의 센트럴파크라 불리는 프로스펙트 파크에서 열렸고 그 중 무대를 중심으로 약간의 경사가진 면을 가진 밴드쉘이라는 공간에서 야외 공연으로 열렸다. 대학생 또는 2030대의 비중이 대부분이었고 뉴욕의 그 어떤 공간보다 잘생기고 옷빨 받는 '백인'이 많았다. 아마도 상당수는 맨하튼이나 다른 지역에서 넘어온 것처럼 보였다. 반면, 흑인이 많은 브루클린에서 열린 공연이었지만 정작 흑인은 거의 없었다. 전날, 거리에서 인상적이었던 프린스를 닮은 흑인 남자 한명은 옆구리 쪽을 허벅지까지 찢은 파격적인 의상으로 어슬렁거리곤 있었지만.

 
Setlist
Change 
Let Go 
Did You see the Words? 
A Long Time Ago 
Take This Weight 
Knock You Down 
Brothersport 
Mercury 
Your Choice 
Frights 
We Tigers 
Summertime clothes 

Encore: 
I'd Rather 
Little Kid 
Taste  

Members
Avey Tare
Panda Bear
Sure Deakin
Geolog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