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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스페인여행(5)-FIB 4일차, The Killers, Psychedelic Furs, TV on the Radio, Calexico

공연장으로 갔을 때 어제의 그 질퍽함은 간데없이 정말 완벽하게 깨끗했다. 알고보니 콘크리트 바닥을 광나도록 물청소했다는. 화장실 마저 믿을 수 없이 깨끗. 8시쯤에 오픈하는 메인스테이지는 꾸준히 물청소를 하고 있었다. 단 두 스테이지에 최고로 대낮부터 채워넣는 벨기에와 비교하기에는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4일차 라인업은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2008년 최고의 앨범은 낸 뮤지션과 2009년 최고의 싱글을 낸 뮤지션이 있기 때문이다.

Calexico의 라틴 트래디셔널 사운드를 널널하게 즐긴 후, TV on the Radio를 위해 무대로 돌진. 무대 정면에는 여성 동지 두명이 있었는데, 짜증나게 남자 둘이 끼어들기 시도. 그러더니 키스를 하고 여자는 캄백. 사랑하는 남성을 위해 바리케이트를 사수하는 이 두명의 여성 얼마나 아름다운가. 대충 보아하니 이 두놈 참 생기기도 댄디하게 생겼다. 안그래도 뒤로 밀리는게 짜증나는데 술취한 아해가 막 지랄해서 성깔을 부렸더니 이 두명의 댄디남이 중재를 해서 나보고 앞으로 오게하는데 나 대신 하니를. 역시 여친 팔아먹고 대인배인척하는...대인배 근성. TV on the Radio의 강점은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사운드 속에서도 육체성을 잃지 않는다는데에 있다. 정말 제대로 즐기려면 옆의 키다리 남정네처럼 머리를 사정없이 흔들어야겠지만...힘들고 지친 나는 그냥. 부유하는 사운드와 땀에 절은 채로 온몸으로 호소하는 보컬은 육체성이라는 그들의 정체성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공연 끝나고도 One More Song...스패니쉬들이 아는 영어도 있구랴.

메인스테이지로 이동. Psychedelic Furs는 정말 많이 늙었더라.Velvet Underground의 뉴웨이브라할만한 사운드와 프런트맨의 장기하로스한 무대 액션 속에서도 사실 상 관객들의 반응은 몇몇 노친네를 제외하고는 냉담했다. 메인스테이지에 온 90% 이상은 킬러스를 보기 위해 온 이들이기 때문이다.

킬러스. 한 마디로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의 스테이지는 어떤가를 보여준 자리였다. U2나 Radiohead, Coldplay의 공연 티켓이 더 일찍 매진되지도 그리고 Rolling Stones, Metallica의 공연 수익이 더 될지는 모르겠지만, 신선하게 최정상으로 치고 올라온 밴드에 대한 열렬한 지지의 광적인 정도는 정말 지금 현재 최고 인기 밴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란츠, 킨, 스노으 패트롤, 젯 등등과 비슷한 시점에 나왔고 처음에는 약간 밀리기도 했지만 2008년 3번째 앨범을 기준으로 승자는 확실해졌다. 3장의 앨범의 음악적 방향을 달리두면서도 어느 시대 대중이 들어도 열광할만한 적당한 당도의 팝, 그리고 프런트맨 브랜든 플라워스는 정말 죽어라 멋지지 않은가? 첫곡 Human부터 죽어라뛰고 죽어라 떼창을 했다. 비틀즈가 왜 라이브를 그만뒀는지 이해될 정도로 보컬은 전혀 들리지 않은채. 한국처럼 슬램은 없지만 죽어라 뛰는 것만해도 죽을 정도로 뜨거웠다. 보통 한 8만 모인 스테이지는 뒤로 가면 많이 산만해지는데 Killers는 무대에서 멀리 그리고 공연 후반부로 가도 그 열기는 여전했다. 화장실 위에서 또는 뒷산에서까지. 탁월한 스타성을 지닌 Killers가 Bon Jovi 정도가 될지 그것보다도 못하게 될지 아니면 그 이상이 될지는 두고 볼일. 너무나 적절한 새로운 시도로 인기의 가속을 밟아왔지만 스타는 영원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 정도 잘나면 록스타가 해야할 음악에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 비틀즈나 비치보이스가 그랬던 것처럼 예상 밖의 행보를 보여줄지 아니면 적절한 접점을 찾을지 다음이 궁금하기도 하다. 아무튼, Michael Jackson is dead but flowers is blooming!

Killers가 페스티벌의 절정을 달구고 있을 때 다른 편에서는 영국 쪽 대표 선수 Peter Doherty가 하고 있었다. 지따난 영국의 자존심, 킬러스보다 결코 일찍 안끝내고 더늦게하는 굳은 심지를 보여주시기도. 타고난 록스타의 감각에도 히트싱글과 흡입력의 부재는 피터 도허티의 아쉬움이 아닐지.

공연이 끝나고 택시를 기다릴 때, TV on the Radio의 훈남 콤비가 지나가며 인사했다. 스페인은 이런 곳이다. 누구나 친구가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