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해적창고

Blood Sweat & Tears, Melanie Safka, Crystal Gayle, Judy Collins, Dr.Hook, Brothers Four - 2008/5/5, 잠실주경기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파행의 연속이었다. 밥딜런, 존바에즈가 올 것이라고 했지만 아니었고 닐영, 로드스튜어트, 잭슨 브라운으로 홍보되었지만 그들은 오지 않았다. 막판엔 크리스탈 게일과 문제를 일으켰으나 결국에 오지 않은 것은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였다. 여권분실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있었지만 아무튼 제대로 된 공지도 없었다. 돈맥클린을 제외한 5월 4일 뮤지션으로 땜질했지만 알란 파슨스의 팬층이 포크 팬들과 다소 다른 것을 감안한다면 확실히 NG였다. 이 상황에서 사실 상당히 비싸게 책정되었던-올드 뮤지션들이 다소 게런티가 높은 것을 감안하더하더라도 잠실주경기장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비쌌다-티켓 가격에 예매율은 저조했고 이는 결국 초대권 남발과 편법적 가격인하로 이어졌다. 당연히, 제 돈내고 표산 인간은 바보가 되었다. 평화라는 말을 계속 강조했지만 지향점이 없는 그리고 과거형 평화는 무의미할 뿐. 돈을 안내고 음악을 듣는 이를 탓할게 아니라 돈 안내고 음악을 듣는 환경을 조성하는 편의주의부터 없애야되지 않을까? 뮤지션들의 심히 높은 연령대에도 불구하고 공연의 질은 충분히 만족할만 했다. 음악을 배우는 이라면 더더욱이 포크를 하는 뮤지션이라면 정말 인상적인 공연이었을 것이다. 포크라는 단순한 장르 속에서 나올 수 있는 개성과 기교, 깊이를 모두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Brothers Four
1베이스+기타의 어쿠스틱한 편성 속에서 남성보컬 하모니가 중시된 트래디셔널 포크 밴드였다. 약간 뒤에 등장할 밥딜런 식 포크와 비치보이스라는 보컬하모니의 서프록 밴드와 연관성은 흥미로왔다. 그들은 바로 내 앞에서 공연을 장시간 지켜보았다.


Dr.Hook
바로 후크 선장의 바로 그 후크였다. 외눈박이지만 악당 캐릭터지만 알고보면 정말 착한 아저씨일 것 같은. 장르라는 것이 완전 정착된 70년대에 나온 이들이었기에 때로는 블루지한 컨추리팝을 하는 그들의 음악적 성과가 과소평가받았을지도 모르겠다.


Judy Collins
2007년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던 비틀즈 트리뷰트 앨범에서 충분히 기대할만 했다. 역시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는 명불허전. 우리나이로 70이며 록의 전설 스톤즈,비틀즈,딜런 그 어느 멤버보다 많은 나이였지만 Sliver Liquid라는 비유는 전혀 과장이 아니며 미성을 넘어 마성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너무나 맑아 사람의 혼을 홀리게 할 정도로. 그녀의 맑은 목소리는 흰머리마저도 순백으로 빛나는 아름답게 나이먹어가는 여성의 모습과도 참 어울렸다. 주디 콜린스의 목소리는 오로지 진실만을 얘기할 것 같은 맑음이 있었다. 특히 버팔로 스프링필드와 CSN이라는 전설의 바로 그 Stephan Stills와의 로맨스를 얘기할 때 누가 '향수'를 어리석은 것이라 얘기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Crystal Gayle
주디 콜린스가 늙어도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은 순수함이 있는 여성보컬이라면 크리스탈 게일은 늙어도 섹시함을 유지하는 세속적인 보컬이었다. 주디 콜린스가 맑은 목소리로 혼을 빼았는 것과 달리 크리스탈 게일은 세속성과 더불어 땅바닥에 닿는 긴머리로 묻남성을 끌어댕기는 것처럼 보였다. 베어울프에서 안젤리나 졸리처럼. 버디할리의 전설의 페기수의 주인공이 바로 크리스탈 게일의 언니였고 오늘왔다. Crossroad의 전설에 비길만한 바로 그 곡의.


Donovan
김광한은 잘 생겼다고 했지만-휴그랜트와 비교하며 토튼햄과 맨체스터라니 이사람아 토튼햄은 런던이라구-정작 나타난 도노반은 정말 왜소했다. 그리고 소시적에 약을 많이해서 그럴까 얼굴에 확실히 나이가 그려져있었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어쿠스틱한 3인조 편성으로 나왔지만 실망이 만족으로 바뀌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노반의 바이브레이션으로 묘한 느낌을 표현하는 보컬만큼이나 참 좋은 기타리스트였고 다양한 스팩트럼의 사운드를 연출하는 테크니션이었다. 어쩌면 데미언 라이스와 너무나 닮았다. 다양한 감성을 표현하는 테크니션이라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밥딜런과 비교된 그는 너무나 탁월한 테크니션이었기에 밥딜런만큼의 초대형 뮤지션이 되지 않지 않았을까 싶지만.


Melanie Safka
멜라니는 자신의 아들딸과 같이 연주했다. 어쿠스틱 밴드인데다 타악기도 없었지만 멜라니 사스카의 목소리 자체가 강한 펀치력을 가지고 있었다. 키는 작았고 얼굴이 아니라 몸이 동그란 아줌마였지만 그 동그란 몸이 소리의 울림을 위해 있는 것처럼 그녀의 목소리는 우렁차고 또렷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멜라니와 달리 아들딸들은 날씬했지만 강한 근육속에 비만의 여지는 충분히 있어보였다. 우드스탁에 참여했을 때의 감정을 어제 공연 때에도 느겼다고 했는데...


Blood Sweat & Tears
포크뮤지션들 위주였던 오늘 공연에서 가장 튀는 뮤지션이었다. Blood Sweat & Tears는 브라스록임과 동시에 블루스록-알쿠퍼의 밴드로 시작했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공연 초반의 느낌은 재즈적인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들썩거리는 분위기 속에서도 그들의 다양한 스펙트럼에 감탄하게 되었다. 그런 다양한 스펙트럼은 비슷하게 느껴지는 시카고보다 더 매니아틱한 BS&T의 정체성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잘만든 브라스의 사운드는 너무나 신난다는 공식이 있지만 BS&T는 마치 흑인의 트래디셔널을 백인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한 하나의 텍스트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멤버 중에는 음악을 가르치는 이들도 있어보이지만 그래서 다소 지나치게 모범적이지 않은가 생각도 들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walrus가 비아냥거릴 때 쓰는 '실용음악과'적인 뉘앙스나 어설픈 흑인 따라하기 와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었다. 등산조끼를 입은 그냥 아저씨인 프런트맨은 흑인음악을 했지만 흑인의 창법을 따라하기보다는 백인식의 다소 느끼한 스탠다드적 전통에 파워를 겸비했고 교수님같은 기타리스트는 블루스의 시절에서 포스트 밴헤일런의 하이테크까지를 시원한 기타톤으로 뽑아냈다. 전통에 충실한 건반연주와  힘찬 브라스 그리고 역동적인 하프 배틀까지. 숱하게 멤버가 바뀌었고 전성기 라인업의 멤버는 한명 뿐이었지만 그건 리치블랙모어와 존로드가 없는 딥퍼플처럼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짜피 BS&T는 흑인 트래디셔널을 브라스와 함께 소화할 백인들의 자유로운 모임이기 때문이다. Blood는 블루스, Sweat은 재즈의 땀냄새, Tears는 록과 팝의 감성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하나 더 더하자면 Laugh였다. 유쾌함과 신남이 공존하는 공연. 그들은 자라섬에도 두번 출연하기로 되어있다고 한다. 기술적이면서도 펑키한-백인의 차원에서 진짜 펑키한-그들의 사운드는 정말 자라섬의 전통에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