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최신작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이휘재의 '결정했어'부터 많이 본 거 같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새로운거다. 게임개발자의 스트레스를 스릴러의 문법으로 매끈하게 연출되어있는데다 스마트폰 이후 유저의 개입이 어렵지않다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서 게임으로 영화의 의미를 풍성하게하며 브레히트적 요소를 아주 성공적으로 녹여내 시청자(아니 유저가 더 적합하다) 넷플릭스에 종속시킨다. 컨텐츠의 형식이나 혁신성이 재밌고 IT와 게임개발자의 속살을 영화적으로 잘 담아냈기에 더욱 더 폭발력을 가진다. 게임이 뻗을 때 비디오버퍼 사이즈를 야기하고 80년대 게임개발자의 노동요로 탠저린드림을 생각하는 디테일은 결코 녹녹한 수준이 아니다. 90분짜리 필름과 미드의 장점이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옥자란 서막에서 넷플릭스의 야심은 2018년 11,12월에 폭발하고 있다. 현대적 영화를 시작한 오손웰스의 사라진 좀비를 부활시켰고 쿠아론의 로마로 연말 베스트 영화의 순위를 바꾸었으면 코엔형제는 미니시리즈와 영화적형태의 하이브리드로 시리어스맨 이후 최고작을 선보였고 버드박스는 극장에서의 흥행이 무의미함을 시청자수로 증명했고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브로드웨이 공연을 가져왔으며 동시대 음악계의 최고 관종, 테일러 스위프트의 튜어 컨텐츠가 내일 대기 중이다. 영화적 배급, 유통, 형식은 무의미해졌다. 하지만 영화적 재미에 관한 컨텐츠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밴더스내치는 사실 이휘재의 '결정했어'가 아닌 개발자 또는 크리에이터 또는 조물주에 의한 '피투성'을 얘기한다. 넷플릭스는 dvd 렌탈에서 시작해서 테이프 또는 필름의 본질에서 시작했고 스마트폰으로 대표하는 인터액티브 미디어로 침투하면서 동시대를 결정한다는 야심과 수많은 결정 중에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실제로 없는 우리에게 던져진 실존적 가학성을 동시에 담은 야심이 느껴진다.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Black Mirror: Bandersnatch, US, 2018, 90min?)
감독: 데이비드 슬레이드
출연: 피온 화이트헤드, 윌 포울터, 크랙 파킨슨, 아심 촌드리

'영화 > 최신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기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0) 2019.01.01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0) 2019.01.01
서던 리치: 소멸의 땅 (2018) Annihilation   (0) 2018.12.28
아사코 I&II  (0) 2018.12.28
김군  (0) 2018.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