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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벤 폴즈 파이브 - 20130224, Ax


제리 리 루이스의 바이오그라피를 소재로 한 Great Balls of Fire에서 데니스 퀘이드는 제리 리 루이스가 했던 것처럼 피아노에 불을 지르는 뜨거운 로큰롤 공연 장면이 있지만 그보다 마지막 장면이 최고다.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지옥에서 피아노치면서 노래부를꺼라는 데니스 퀘이드의 간지를 보면 벤폴즈가 생각난다. 벤폴즈가 좋은 작곡 능력과 실력에도 크게 성공하지 못했고 정말 매끈하게 잘빠진 팝송인 'Landed'는 유어송이나 저스트더웨이유아가 되지 못했는 건 정말 아쉽다. 덕택에 우리는 아임유어스나 지겹게 들어야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벤폴즈는 곡을 쓰고 공연한다. 즐거운 척하거나 오바하는게 아니라 로큰롤 그 자체가 정말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느끼게 된다.

오사카에서 한번, 벨기에에서 한번해서 두번이었지만 그것은 벤폴즈 솔로였고 이번에는 벤폴즈 파이브. 사실 벤폴즈 솔로도 트리오로 공연하는 것이라 실제로 편성에서는 차이가 없고 인디적인 성향이 강한 벤폴즈 파이브에 비해 매끈한 팝송인 벤폴즈 솔로 1,2집을 정말 좋아하지만 그래도 벤폴즈가 낸 별로인 왠만한 곡보다 지난 십여년 다른 이들이 잘쓴 곡보다 낫다. 똑같은 트리오지만 밴드로서의 접근이 강조되었다. 오늘 공연 시작할 때 사운드가 날린다는 느낌이 있었다. 악스홀은 1층이 괜찮으면 2층이 나쁘고 2층이 좋으면 1층이 안좋은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

좋은 곡을 즐겁게 연주했지만 2006년쯤인가 오사카에서 봤을 때의 살짝 광끼가 느껴지는 그때만큼 보다는 못했다. 여전히 벤폴즈의 끼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은 맨앞열 두 소녀(라고 믿어주자)가 인형을 전달했을 때, 테크니션 스캇의 도움을 통해 인형 둘을 고정하려하자 여자 인형이 계속 떨어지려했다. 그러자 벤폴즈 왈, 'looks like my wife'-벤폴즈는 4번 결혼했고 얼마전에 이혼했다. 그리고 스캇이 나온 김에 관객들은 스캇을 연호했고 거기서 벤폴즈는 즉흥적으로 곡을 몇분간 이어갔다. 타고난거다.

공연 후반, 악스홀의 전통대로 종이비행기가 날라다녔고(이번엔 노땅들이 배치된 2층이 아니라 1층이라 멋은 그다지 없었다) 벤폴즈는 종이비행기를 안경에 꽂는 그만의 시니컬한 장난기로 응답했다. 앵콜에 미녀가수가 급등장했는데 알고보니 윤하였다. 중간에 피아노를 매끈하게 처주고 영어로 말할 때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귀엽. 윤하가 어릴 때부터 영향받았다고 하니 벤폴즈는 넌 아직 어리다고 응수.

이번 공연의 또 하나의 아쉬움이라면 마지막에 의자를 피아노에 처박지 않았다는 점. 그래서 궁금한게 피아노는 공수한 것일까 빌린 것일까. 어떻게보면 상업적 전성기를 지난 뮤지션이지만 그 태도에서만큼은 바로 Great Balls of Fire에서 제리 리 루이스와 다를 바 없다. 실험적이거나 강력하거나 심오한 어떤 뮤지션보다 현재 로큰롤에 충실한 뮤지션이 바로 벤폴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