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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땅밑에서

벡-20170721, 올림픽홀


벡의 공연은 Guero를 발표할 당시 최전성기의 자신감이 보이던 공연에서 커트코베인룩으로 등장했던 벨기에에 이어서 3번째 본다. 매번 느끼지만 벡은 사기꾼이다. 60년대 영국 뮤지션들이 그랬듯이. 컨추리, 포크, 디스코, 훵크, 라틴, 힙합 그리고 결정적으로 블루스를 재조합하지만 새로운 음악처럼 보이게 하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사기꾼이다. 사실, 알고 보면 LA출신의 블루스 뮤지션이라 할 수 있겠다. 블루스의 어둡고 사악한 정서를 LA의 따뜻한 태양 속에서 표현하는 사기꾼.

사기꾼이지만 참 부지런하고 그 부지런함의 대가로 그래미의 메인 타이틀까지 가져갔지만. 이런 대도가 한국을 방문하는 기념비적인 사건에도 올림픽홀은 널널했다. 음악을 하거나 기타를 들고 음악을 하거나 뭐 블루스나 컨추리가 들어가거나 선율이나 곡의 근간이 탄탄하면 여기선 잘 안듣는다. 

그런데 20세기 초대형 사기극이 바로 로큰롤이었다. 여러가지 루츠가 미국중심에서 모여서 하나로 될 때 그게 로큰롤이었다. 사실, 뭐니뭐니해도 벡은 로큰롤 뮤지션이다. 다르게 들리는 로큰롤을 할 수 있는 현재 몇안되는 로큰롤 뮤지션. 

예상대로 공연의 시작은 강력하게 나갔다. 이봐 내 음악 꽤 쌔지 하듯이. 로큰롤이 청춘의 음악임을 증명하듯 벡은 안늙는다. 피부관리를 대놓고 안해서 노안으로 만드려는 노력의 흔적이 보였지만 하지만 여전히 어려보인다. 그리고 로큰롤은 기본적으로 댄스음악이다. 벡의 공연을 봤다면 늙어서도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시다 누워계신 어르신 마저도 벌떡 일어서서 춤을 추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