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액션 영화의 신기원이라할만 하다. 짧게 쪼개면서 다이내믹스를 살리지만 그것이 이야기를 이해하는 수단이 되는 본시리즈적 편집을 제대로 구사한 첫 영화이며 본시리즈에 끝나지않고 웨스턴, 멜로, 홍콩 그리고 정두홍식 몸으로 때우는 액션을 통해 상대적인 자본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매끈한 액션물을 뽑아냈다. 미국 대신 북한으로 바꾼(잠수함도 격침시키고 디도스도 퍼뜨리는 대단한 북한 정보원으로 본시리즈를 만들자고 내가 임 주장한 바 있다 ㅋ) 하슈프리머시, 하얼티메이텀으로 손색이 없다.
그런데, 이까지. '한국'자를 때면 정말 썸업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우선,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이 충분하지 않다. 한석규의 역할과 조직내에서의 갈등이 충분히 있을만한데 거기에 대한 설득력이 없고 더욱이 류승범은 훨씬 애매하다. 류승범은 배역을 즐기고 있지만 그것이 전체 캐릭터의 앙상블을 해치고 있다. 신나는 악역은 느와르적인 영화의 톤에 녹아내지 못한다. 비슷하게 유머러스한 악역인 007에서 하비에르 바르뎀은 M, Mommy에 대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통해 충분한 설득력을 제공했다. 그런데, 류승범은? 고위 간부의 아들 출신이라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한 갈등이 없었을까? 그런데, 여기서는 그냥 비열한 놈 이상은 아닌 듯 하다. 상대적으로 전지현이 돋보인다면 감정선을 제공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본시리즈적 편집방식도 이제는 좀 식상하다. 최근 헐리우드의 설득력있는 결과물이 본시리즈적인 편집을 대신해서 웨스턴의 묵직함에 주력한다는 것 역시 주목할 필요있다. 오히려 베를린에서도 흥미로운 지점은 웨스턴적인 장소 연출이었다.
전체적으로 이것저것을 많이 시도했는데 하나하나를 보면 나쁘지 않지만 너무 많이 들어갔다. 몇몇 아쉬움에도 한국적 액션영화의 진화 과정의 한 부분으로 기대하고 싶다. 다음 작품에는 보다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
베를린(The Berlin File, Korea, 2012, 120min)
감독: 류승완
출연: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