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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나라밖 어슬렁

마릴린 먼로, 빌리 와일더, 프랭크 자파, 로이 오비슨이 묻힌 곳, Westwood Memorial Park

영화사상 가장 중요한 여배우? 메릴 스트립의 위대하고 대단하지만, 난 마릴린 먼로를 선택하고 싶다. 금발의 백치 이미지로
기억될지라도 그만큼 영화 속의 완전한 정형으로 그 누구보다 인상적인 하나의 심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감독? 스탠리 큐브릭이나 켄 로치도 있겠지만 빌리 와일더. 다양한 장르에서 다채로운 영화적 재미와 흥분을 선물한 그는 나에겐 그 자체로 영화다. '뜨거운 것이 좋아'를 극장이 떠나가도록 낄낄대면서 봤을 때의 기억, 아파트 열쇠의 미묘한 감동, 하나, 둘, 셋의 격렬한 리듬감 속에서 잡아내는 현대 사회의 경직성까지. 프랑크 자파는? 특이한 음악의 하나의 상징이었다. 처음에는 그대로 좋아하기 힘들지만 어느 순간 강력한 흡입력을 가진다.


그들은 LA UCLA 근처의 사무적이고 다소 건조한, 전형적인 LA의 공터인 Westwood Memorial Park에 같이 있다. 많은 예술가들이 같은 공동 묘지에 묻히곤 하지만, 예술의 향기가 가득했던 파리의 3군데 있는 공동 묘지와 비교하자면, 이곳은 입구까지 도심의 그냥 황무지 같은 공터처럼 느껴졌다. 사람들도 그다지 찾지 않는 조용한 공간이지만 그들은 죽어서도 그들만의 개성을 사람들에 전하고 있다. 유해가 작은 대리석 상자 안에 있는 마릴린 먼로는, 블럭 내에서 유일하게 붉은 빛을 띄며 스타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들어가고 있는 장미꽃의 운명은 씁쓸하지만 그럼에도 립스틱 자국은 외로우면서도 외롭지 않은 스타의 운명처럼 느껴진다. 

빌리 와일더의 묘소는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는 벤치와 주위를 장식하는 꽃들, 그리고 '뜨거운 것이 좋아'의 마지막 대사를 변형해서 그의 인생과 철학은 담아 표현했다.

Billy Wilder
I'M A WRITER
BUT THEN
NOBODY'S PERFECT
수다스러운 것 같아도 효과적이며 군더덕이없는 감정들. 그의 인생에서도 과오는 있었지만, 그래도 나 덕택에 즐겁지 않았냐는 적절한 유언.


프랭크 자파의 묘비는 찾을 수 없었다. 이 곳의 대부분은 화장으로 처리되었고, 유명 인사임에도 다들 조그마한 평판의 비석이 대신하고 있지만 한참을 찾아도 프랭크 자파의 묘비는 찾을 수 없었다. 인터넷을 뒤진 결과, 나무 곁에 묘비명이 없이 뭍혀져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올려놓은 스마일 마크. 그의 음악처럼, 때로운 찾기 힘들고 수수께끼 같으며 장난끼어린 곳이었다. 그리고 옆으로 몇발짝 가면 로이 오비슨이 묻혀진 곳이 있다. 역시 묘비명은 없었다. 


죽은 후에도 우리를 행복하게 해왔고 앞으로도 행복하게 할 예술가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지겨운 인생이 되었을 것이다. 작품보다 공기와 풍경이 좋은 게티 뮤점과 몇일 앞둔 그래미를 상징하는 그래미 뮤점이 제임스 브라운, 마이클 잭스, 조지 해리슨과 그래미의 역사를 기념하고 있지만, Westwood Memorial Park의 묘한 감정의 여운만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