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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로스 론리 밴드, 비디 아이, 장필순, 스톤 로지즈-20120729

로스 론리 밴드(Los Lonely Band): 목짧고 피부 누리튀튀시커멓고 뚱뚱한 히스패닉 삼인조 듣보 밴드. 라틴의 리듬감이라는 클리쉐가 있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은 사정없이 무너졌다. 몸의 나오는 단단한 사운드는 라틴이라는 장르를 넘어서 탁월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누구나 원하는 그런 사운드. 애쓰지 않아도 좋은 연주를 하고 강하고 즐거웠다. 3인조로도 6인조 이상의 탄탄한 사운드. 스티브 바이 밴드나 볼 수 있는 둘이서 한몸되는 연주와 각종 개인기는 서비스. 타고난 재능과 실력이었다. 듣보였지만 그들의 커리어에는 윌리 넬슨, 산타나, 닥터존이 있었다. 멕시코계 텍사스 출신으로 라틴 이전에 호방한 텍사스 블루스와 세련된 시카고 블루스에 기초한 이상적인 3인조 사운드. 넬에 비하자면 1/30도 안되는 관객이었지만 다들 열광했고 라틴계 특유의 비굴함으로 앵콜까지 했다.


비디 아이(Beady Eye): 라디오헤드의 진지한 사운드를 듣다 비디 아이의 노는 록앤롤을 들으니 일단 좋았다. 맨시티 저지를 입은 시덥지 않은 농담하는 노안의 형이었지만 연주 중 사운드에는 상당히 민감했고 원더월을 안하는 뚝심까지 보였다.



장필순: 록페스티벌 답게 록사운드. 포크, 싱어송라이터에서 모던록으로 발전하는 사운드의 형태를 보여주었고 꽤 단단했는데 밴드에는 함춘호, 신석철이 있었다. 록앤롤 블러드에 집중하면서 모던록이란 하나의 겉멋으로 생각하곤 했지만 장필순의 공연은 그럴 여지가 없었다. 훨씬 큰 성량과 음역을 가지지만 적절히 읍조리고 함춘호의 기타는 죽여주는 슬라이드와 솔로를 선사했지만 오바하지 않았다. 그리고 같이 연주하는 뮤지션과 청중들에 대한 감사를 감사해요라는 가사와 함께할 때는 감동적이었다. 엎드려 절받는 감동이 아니라 정성들여 연주하고 같이 연주하는 음악인과 청중들에 대해 감사해할 때 주는 감동. 










스톤 로지즈(Stone Roses): 스톤 로지즈의 음반이 정말 좋은 적은 없었고 펜타포트에서 이언 브라운의 공연이 그렇다고 정말 좋지도 않았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그리고 내일 출근을 생각해서일까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넬, 비디 아이 때의 절반도 안될 정도. 하지만, 첫곡 adored부터 비교할 수 없는 활기로 시작한 공연은 시종 일관 즐거웠다. 밴드 안에서의 신뢰와 공연장의 공기는 록앤롤 그 자체였다. 하나의 록앤롤 밴드가 낼 수 있는 그루브의 즐거움은 극대화되었고 존 스콰이어는 밴드에 충실하면서도 솔로 타임에서는 끝장봐라 식이었다. 이언 브라운는 걷기를 넘어선 각종 쇼맨쉽은 그냥 노는 것이었지만 음악적 빈 구석은 없었다. 단 두장의 앨범은 낸 밴드일 뿐이지만 맨체스터라는 진원지에서 세계를 울린 저력은 바로 록앤롤 밴드의 활기찬 공연이었다. 보컬 갤러거도 옆에서 수다 떨고 움찔거리면서 존경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즐겼고 바로 앞자리는 난장판이었다. 착한 백인은 등에 태우면 아이들은 물을 쏘았고 스코티쉬 치마를 입고 웃통 벗은 뚱뚱한 백인 아재는 자신의 복숭아를 보여준 후, 한국 여성의 주된 아이스케키 타겟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차놀이. 록앤롤 블러드는 진지한 감상의 공간 대신 온몸으로 놀 공간을 원하며 이날 스톤 로지즈의 공연장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올해 최고의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재결성한 스톤 로지즈의 멤버가 서로 껴않고 어깨 동무할 때는 또 하나의 감동이었다. 록앤롤은 밴드 음악이고 아이들이 모여서 노는 것. 쭈글쭈글한 아재들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밴드 간의 신뢰를 회복한 순간은 록앤롤 밴드로서 또 하나의 감동이었다. 그리고, 앵콜없이 공연이 끝나고 터지는 불꽃놀이는 록앤롤이라는 순간의 불꽃을 가슴 속에 심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