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스틸록킹

레드벨벳 첫번째 콘서트 레드룸


예뻤다. 무지막지하게 하나하나가 이뻤다. 세상 모든 예쁨이 올림픽홀 무대 안에 다 꾹꾹 담겨진 듯했다. 여고생 예리의 방에 4명의 요정이 찾아오는 컨셉의 VCR은 초반 공연 컨셉에 이어져 세상 가장 탁월한 예쁨을 창조하는 K팝 오페라를 연출했다. 잘 짜여진 무대와 영상과 달리 곰곰 생각해보면 공연 중반 의상은 특히 아이린의 의상은 별로였다. 사실 아이린 아닌 그 누가 입어도 못나보일만한 그런 옷. 그런데 얼굴이 모든 걸 씹어드셨다. 이래도 이쁠테냐하면 이래도 이쁘지하는듯. 그리고 그런 이쁨은 이팀과 SM의 음악과도 어우러졌다. Be Natural-쿨핫스윗러브-오토매틱으로 보다 찐득한 흑인감성의 레드컨셉으로 갈때도 EDM의 질주감을 팝으로 담아낼 때도 이쁘기 때문에 최고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당돌하고 실험적인 에프엑스와 달리 레드벨벳은 이쁨과 팝의 달콤함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팀이다.

그리고 그 이쁨 속에는 소녀의 설렘이 있다. 공연을 하는 동안 각각은 서로 다르게 많이 긴장하는게 보였다. 조이는 넘어질 때가 있었고 아이린은 리더의 멘트를 할 때 떨림 속에서 사투리가 나왔다(아이린은 사투리를 할 때 또 다른 리즈를 찍는다). 또 폭죽이 터질 때마다 본능적으로 배들짝 놀랐다( 웬디는 솔로의 초중반 곡을 부를 때 긴장해서 오는 떨림이 발성에서 느껴졌다.. 반면 그런 설렘과 떨림이 또 오늘 공연과 이 팀의 대단한 매력이다.

 그런면에서 예리가 이팀의 중심이다. 웬디처럼 소울풀한 노래를 잘 부르거나 슬기처럼 노래와 춤이 단단하거나 조이처럼 예능감이 좋지도 아이린처럼 초미녀.. (예리도 초미녀이긴) 이런걸 다 떠나서 소녀의 설익었지만 당돌하고 상큼함은 팀의 상징이다. 울다가도 바로 웃음을 부르고 멘트에 아이린 이상의 리더쉽이 있는 당돌함도 있고. 예리는 귀여움만틈이나 공포가 있는 동화 속의 한페이지를 드라큘라처럼 씹어먹으면서 튀어나온 유일무이한 아이돌이 아닐까.

이런 이쁨과 생기를 지닌 팝아티스트는 한국 밖에서는 찾기 힘들다. 난, 적어도 비욘세/리하나 이후 미국 팝보다 SM여성그룹이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훨씬 이쁘다. 케이티 페리, 테일러 스위프트, 아리아나 그란데보다도. 그리고 그 이쁨 속에는 어메리칸 아이돌식의 클리쉐 덩어리들보다 훨씬 생기있고 솔직하고 시원상큼하면서 달콤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이런 매력들이 가장 팝적으로 담겨진다. 이것은 K팝의 성과이며 프로듀서 이수만의 성과이기도 하다. SM은 서태지 이후의 댄스붐과 미국 아이돌을 따라하는데서 시작해서 미국의 R&B와 유럽의 EDM과 클럽댄스를 가져왔지만 프로듀서 이수만은 녹음과 공연에서 장르적인 음악적 욕심을 숨기지 않지만 그런 장르에 함몰되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이쁘고 즐거운 팝으로서의 주목적을 까먹지 않는다. 여전히 공연장에서 야광봉들고 즐거워하기 때문에 팝의 즐거움을 소중히 여기는게 아닐지. 또 힙합의 이상한 부분만 가져온 예의없는 스웩에 함몰되지도 셀럽의 일진놀이로 진상질하지도 않는다. 1인의 과도한 욕심이나 천재성에 기대기보다 시스템으로서의 음악을 가장 잘 구축했다. SM과 레드벨벳의 롤모델은 지금의 팝그룹이나 아이돌이 아니라 슈프림스다. 그런면에서 이수만은 동시대의 베리고디주니어와 필스펙터다.

공연장의 모두가 든 '안녕, 우리의 자랑' 피켓에 곡이 끝난 후 예리가 먼저 울음을 터뜨렸고 조이가 불안불안하다 길게 울었다. 수습하려다 아이씨~가 나오기도. 다른 멤버들 역시 흘리거나 참는 것이 보였다. 이러한 감정들로 쉽게 무대를 뜨지 못했다. 이들은 K팝의 자랑이다. 단지 종이에 불과할 수도 있는 그것을 지닌 한명한명은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집에 소중히 간직해 갔다. 

Red Dress/Happily Ever After/Rookie/Huff n Puff/Lady's Room/Talk to Me/Don't U Wait No More/Oh Boy/Dumb Dumb/Baby Shark(Children's song)/Hear the Sea/Campfire/Zoo/Little Little/Last Love(Wendy solo)/Be Natural(S.E.S. cover) (Remix)/Cool Hot Sweet Love/Automatic/One of These Nights/Ice Cream Cake/Russian Roulette(Remix)/You Better Know(Remix)/Red Flavor/ Encore: Somethin Kinda Crazy/Candy/Happiness/Cool World

https://www.setlist.fm/setlist/red-velvet/2017/seoul-olympic-hall-seoul-south-korea-13e5490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