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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땅밑에서

델리 스파이스 7집 쇼케이스-20110929, 상상마당

델리 스파이스는 음악적 색깔과 태도, 그룹의 형성과정까지 인디로 규정지을만한 요소와 더불어 대중들에게 통할만한 팝적인 흡입력을 지녔고 90년대 후반세대만의 감정들을 담아내는데 성공하며 몇안되는, 음악을 통해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90년대 밴드가 되었다. 록밴드로서, 그리고 홍대씬 출신의 뮤지션으로 무수히 많은 히트곡을 낸 몇안되는 뮤지션 중의 하나. 델리의 히트곡은 때로는 상투적인 팝의 공식을 따르기도 했지만 대체로 많은 경우는 세대의 모던한 감정과 모던한 방법론을 '모던함'의 형태로 나왔고 이번 앨범까지 7장의 결과물을 통해 한국에서 '모던록'이라는 것을 정의해왔다.
꾸준하게 앨범을 발표했지만 이번의 공백은 길었다. 사실, 공백이 길만한 시점도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긴 공백을 극복하기 위한 카드 역시 예상되는 것이었다. 크라프트베르크적이거나 쎄게 록킹하게 가거나 포크적으로 가거나. 처음 들을 때부터 빨려드는 곡의 흡입력은  이전 두 앨범에 비해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몇번 들어보면 어떻게 느껴질지.
공백이 느껴지는 짧은 머리. 신정환 같기도 하고 이현우 같기도 하고. 김민규는 이현우의 어눌함과 신정환의 똘끼가 있다는 억지. 한편, 그들의 앨범 6장을 정주행하는 과정에서 초기 앨범의 뒷면을 보면 마치 듀스나 서태지 같이 앞머리를 기르고 통이 큰 바지를 입은 그들의 촌스러운 모습은 격세지감. 외모는 바뀌지만 별반 차이를 못느끼는 것은 우리 세대와 함께 늙어가기 때문 아닐까.
팬들이 모인 쇼케이스의 분위기는 훈훈했다. 나이 40의 델리 스파이스지만, 그들의 장점은 한편으로는 어눌함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뮤지션으로 강한 자부심과 자의식이 있지만 그것을 의식적으로 노출시키기 보다 수줍게 살짝살짝 비치는 과정 속에서 그들의 팝적인 센스는 지나치게 달달하기 보다는 여전히 풋풋함을 잃지 않는게 아닐지.
델리 스파이스는 REM보다 오래 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