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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4)North Sea Jazz Festival 3일차-McCoy Tyner, Erykah Badu, Doyle Bramhall II, Taj Mahal & Keb Mo, Jamiroquai-20170710, 로테르담 Port of Roterdam

일정 상 무리였지만 20년만에 쓰는 긴 휴가에 이건 봐야했다. 노스 씨 재즈 페스티벌의 3일 중 마지막이었지만 마지막에만 칙코리아, 밴모리슨, 맥코이 타이너, 마세오 파커, 메이비스 스테플스, 도일 브램홀 2세, 에리카 바두, 맥코이 타이너, 자미로콰이, 타지마할&캡모. 그 외에도 내가 무식해서 잘모르는 실력자들이. 예를 들면 마들렌느 페이루는 빌리할러데이의 재림이라는 과찬을 받고 있었다.

로테르담 항구에서 펼쳐지는 멋진 풍경을 기대했지만 알고 보니 미국에서 자주하는 체육관식 행사였다. 대신 이동거리가 짧았고 무대가 상당히 많았으며 덥거나 춥지 않은 날씨에서 많이 먹고 끝없이 음악을 골라서 들을 수 있는 컨셉이었다.

올초에 일렉트릭 밴드로 본적이 있는 칙코리아의 경우, 3일 내내 거주하며 다양한 컨셉의 무대를 선보였다. 마지막 칙코리아 트론드하임 재즈 오케스트라(Chick Corea & Tronheim Jazz Orchestra)은 ECM의 실험성이 느껴졌는데 예상대로 북유럽 출신 오케스트라였다. 피곤했기에... 사실 지루했다.

로테르담을 찾은 가장 큰 이유는 죽기 전에 밴모리슨의 목소리는 들어야될꺼라 생각했기 때문. 밴모리슨의 경우 플러스 티켓으로 추가 티켓을 구입해야 좌석제로 진행되는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공연이 시작했을 때 사실 좀 실망했다. 밥딜런 내한 때와 비슷하게 목소리가 거의 안나왔다. 밥딜런은 사실 목소리가 안나오는 것을 정말 지멋대로 불러서 괜찮은 공연이었지만 밴모리슨은 몇년전 실황과 비교해도 목소리가 잘 안나왔다. 곡의 선율을 선명하게 전달하기 보다 뭉게고 또 편성이 다소 재지하다보니 실험적인 재즈 공연 같은 상황. 재즈 페스티벌이긴한데. 게스트 브라스 연주자(한명은 상당한 미인이었다) 2이 추가되면서 이 부분은 더욱 선명해졌고 공연도 상대적으로 더 재밌어졌다. 밴모리슨 역시 하브와 브라스를 교대로 불며 보컬 역시도 재밌어졌고 블루스와 재즈의 색깔이 교대로 짙어지며 글로리아로 흥이 오를 때쯤 끝이 났다. 공연 중 또 하나의 아쉬움은 좌석제이다 보니 결정적으로 흥이 오를 때 딱 그까지였다는 점이다.

setlist

Too Late
Keep Me Singing
The Way Young Lovers Do
Foreign Window
Cleaning Windows
Magic Time
Moondance / My Funny Valentine
Baby, Please Don't Go / Parchman Farm / Don't Start Crying Now / Custard Pie
Mule Skinner Blues(Jimmie Rodgers cover)
Early in the Mornin'(Louis Jordan and His Tympany Five cover)
St. James Infirmary([traditional] cover)
Help Me(Sonny Boy Williamson cover)
It's All In The Game(Tommy Edwards cover)
Gloria(Them song)

밴 모리슨이 끝나고는 거의 아비규환 급 conflict. 보려는 공연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에리카 바두가 1순위였는데 독특한 차림과 창의적인 R&B와 카리스마는 상당했지만 사람이 많았고 에리카 바두가 공연하는 나일(Nile강)은 공연장이 너무 컸다. 직사각형 형태의 실내 공연장이었지만 체조 경기장보다 더 커보였다. 결국 널널했던 도일 브램홀2세의 공연을 선택했는데 널널한만큼 좋았다. 이 형도 블루스를 밀지만 정작 공연은 화끈한 하드블루스로 갔다. 그래도 좋았다. 작은 공간에서 바로 앞에서 이런 거장의 화끈한 기타쇼를 볼 수 있다는게. 같은 공연장이었지만 메이비스 스태플스는 밖에 모니터로도 보기 힘들 정도로 터져나갔는데. 메이비스 스태플스가 그만큼의 거장이기도 하지만 블루스 기타도 확실히 죽어쓰요.

맥코이 타이너의 피아노는 요 며칠 들은 소리 중에 가장 달콤했다. 공연이 끝나고 인사를 할 때 사실 고령인만큼 거동이 상당히 불편했다. 걷기가 힘들어도 가장 달콤한 피아노 연주를 들려줄 수 있는 거장의 힘. '당신들이 있어 제가 지금 여기까지 왔습니다'라는 인사는 그만큼 감동적이었다.

반면, 타지마할과 캡모의 공연은 올해 발표한 앨범만큼 경쾌했다. 작은 공연장은 터져나갔고 그 와중에 모두를(노년층이 많았는데) 흥부자로 만들어 춤판으로 만들고 후반엔 완전 스탠딩. 맥코이 타이너의 공연이 이때까지 연주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만 이 탐욕스러운 두 영감의 공연은 '야이 ㅆㅂ 내가 왜 죽어 사는게 이래 재밌는데. ㅈㄴ 놀다갈꺼야. 너내들도 놀아'였다. 이 형들 역시 나이가 있으시고 특히 타지마할 형은 체중이 나가다 보니 걸음이 편할 수가 없는데 퇴장길에도 엉덩이 춤을 추며 나가셨다. 맥코이 타이너와는 또다른 감동이며 즐거움이였다.

너무 좋았기에 그만 멈출 수 없었다. 자미로콰이는 짧게 봤지만 이전 내한 공연보다 훨씬 멋졌다. 제이케이의 하체움직임이 예전과 같지는 않았지만 큰 공연장인 나일의 레이저쇼와 함께하는 사운드의 파워는 예전 이상. 사실 타즈모 때의 흥이 남아서 그렇지 않을까.

주요 공연이 끝났고 사람들은 퇴장하고 있었지만 음악은 끝나지 않았다. 사실 좀 칙칙했던 로테르담에서 음악에 집중해서 가장 흥겨운 하루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