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사이판 전지훈련에서 송타미의 4연속 완봉 도전이 깨지는 날, 하지만 홍성흔이 끝내기를 치던 날까지 시간을 담고 있다. 리그의 딱 절반 정도. 한 시즌이라는 드라마가 완성되지도 않았고 리그의 순위가 언급되지도 않으며 중요한 경기의 승패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도 않는다. 타지역 출신의 감독은 해운대의 윤제균처럼 부산 사람이 어떤 생리를 가지고 있는지 뼈속 깊이 알고 있는 이는 아니다. 하지만, 관객과 선수들을 따뜻하게 바라본 몇달을 통해 야구라는 스포츠의 강렬한 이미지보다 이성적으로 이해하기는 힘들고 때로는 느슨한 듯해도 때어버릴 수 없는 선수와 선수, 선수와 관객, 관객과 관객 그리고 부산사람들 간의 '정'이라는 것을 영화적으로 풀어가는데 충분히 성공적인 결과물을 보여준다. 영화는 나레이션이 없고 내러티브를 구축하지도 않고 실제로 외부자였던 감독이(7월 정도에는 철저히 편파적인 갈매기가 되었겠지만) 관찰을 하는 모양새를 지니고 있지만 그러기에 야구와 부산사람이라는 밀월관계에 대한 공기를 적절한 호흡으로 유머러스하며 설득력있게 담아갈 수 있다. 투덜투덜 거리다 사무실의 티비를 떠나는 (아마도 택시 운전수)의 모습은 정말 인간냄새가 찐뜩히 풍기지 않는가.
나는 갈매기(한국, 2009, 85min)
감독: 권상준
p.s. 빵재의 얼굴이 영화 속에서 나왔어야 되었다. 그 더러운 새끼가 저지른 일을 생각하자면. DVD확장판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