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시내에서 펼쳐지는 전쟁 씬의 비주얼은 역시 또 다른 경지를 선사한다. 첫 장면에서 부터 시작된 '와우'는 영화를 하나의 호흡법으로 끌어낸다. 마틴 스콜세지가 셔터 아일랜드를 통해 촬영의 정공법을 보여주는데 인색하지 않았다면 폴 그린그래스는 최신 액션의 대세와 진수는 바로 이런 식이야라고 보여준다는. 한편, 맷 데이먼은 어떤가? 톰 행크스가 90년대 미국의 얼굴이라면 지금은 조지 클루니와 맷 데이먼이 양분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지.
그런데, 영화화하기 좋은 소재는 어쩌면 함정이 있다. 영화화하기 좋은만큼 사람들에게 익숙한 소재고 참신함을 주기 힘들다는데에 있다. 지난 본 시리즈에서 몸으로 뛰면서 생각하는 액션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던 폴 그린그래스였기 때문에 높은 기대치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이미 결론이 난, 사람들이 익숙한 소재와 주제라는 점에서 쉽지만 어려운 작업이었다. 더욱이, 최고의 성과를 낸 파트너 각본가 토니 길로이가 감독으로서의 길을 찾으면서 새로운 각본가와 한 작업이기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흥미를 끌어내는 이야기의 쫄깃함이 확실히 본 시리즈에 비해 덜한 맛이 있다.
그런데, 예측된 결말부로 다가갈 때 내놓은 결말은 '이 친구,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네'라면서 뒤통수를 후려친다. 충분히 설득적이며 정당한 결말 맺음은 폴 그린그래스가 단지 최상의 미학을 구축하는 장인을 넘어서 작가의 경지로 스스로를 단련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폴 그린그래스의 다음 작품도 틀림없이 개봉 후 극장을 찾지 않고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이 고문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린 존(Green Zone, US/France/Spain/UK, 2010, 114min)
감독: 폴 그린그래스
출연: 맷 데이먼, 제이슨 아이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