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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극

골렘-20171117, LG아트센터

연극이 가지는 고전적인 형식에 애니메이션을 입혀보면 어떨까 거기에 직접 연주하는 음악으로 진행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 누구나 많이 할 수 있지만 형식적인 제약사항이 상당하기 때문에 쉽지도 않고 좀처럼 보기도 어렵다. 골렘은 프랑켄슈타인이나 영화 주제로 많이 쓰일만한 재료를 가져다 썼고 결국 그걸 가져온 사람이 그런 도구에 지배된다는 자주 들어봤던 내용일 수 있다. 그런데, 영국의 인형극에서 가져온 애니메이션과 배우의 연기를 정교하게 결합하는 작업 그리고 건반과 드럼으로 연주하는 극은 상당히 자극적이다. 사실 90분이라는 시간 동안 상당한 피로도가 느껴질 정도.

그리고 산업화와 노동계급의 현실과 '스마트폰'과 같은 도구에 종속되어버린 현대인들의 생활상을 꼼꼼히 묘사한다. 형식적으로도 소재적으로도 지극히 영국적이다. 영국의 인형극, 영국의 희곡과 연극, 록과 재즈, 클래식 등 영국의 음악. 시니컬하지만 개성적이고 칙칙하지만 멋을 따지고 과묵한 척하다 끝없이 수다스러운 영국인들의 모습이 속속들이 나온다. 그리고 인클로저와 러다이트, 산업혁명을 모두 겪어온 그들의 관점에서 21세기 노동자들의 소외를 나타내는데.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2014년에 초연된 작품임에도 그 이후 유행한  AI와 로보틱스, 데이터 그리고 4차 산업혁명으로 또다른 러다이트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러다이트'라는 말을 꼭 찍어서 얘기했다. 전통적이면서 혁신을 추구하고 고전과 전통에서 가져왔지만 동시대를 관통하고 예언하는 비주얼. 가장 놀라왔던 점은 극의 시작과 연결되는 결말부였다. 인공지능의 궁극은 사실, HMI(Human Machine Interface)인데 그걸 잡아내는 영감이 인상적이다. 이런게 영국이라는 문화 제국의 저력아닐까.

유투와 보노를 깨알같이 까는 재미도.

http://www.19-27.co.uk/golem/